여행산문집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
2012년 발행되어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는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 여행산문집을 소개할까 합니다. 오래전 읽어던 책이지만 어렴풋이 기억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끌림의 두번째 이야기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아날로그 감성이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글과 함께 하는 다른 페이지에는 사진이 담겨 있어 생각도 하고 떠나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였습니다. 이병률의 여행산문집은 감성 충만한 따뜻함이 전해졌습니다.
책소개.
7년 만에 다시 돌아온 이병률의 ‘사람, 인연, 그리고 사랑 이야기’
이병률 여행 산문집『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시인이자 MBC FM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구성작가였던 이병률이 《끌림》에 이어 두 번째 여행 에세이로 돌아왔다. 여행을 하며 느꼈던 감성적인 사진과 글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이 책에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호기심과 ‘사람’을 기다리는 쓸쓸하거나 저릿한 마음을 만나볼 수 있다. 목차도 페이지도 순서도 없이 마치 여행을 떠났다 돌아오는 듯한 느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페이지마다 그가 생각하고 느꼈던 기록들을 오롯이 담아냈다. 길 위에서 쓰고 찍은 사람과 인연, 그리고 사랑의 여행 이야기를 만나본다.
작가 소개.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좋았던 글.
*
행복은 문지르고 문지르면 광채가 났다.
*
문득 행복하냐고 묻고 싶을 때가 있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기울고 있어서가 아니라
넌 지금 어떤지 궁금할 때.
많이 사랑했느냐고 묻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게 누구였는지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만큼을 살았는지, 어땠는지 궁금할 때.
아무도 사랑하지 않아서 터져버릴 것 같은 시간보다
누구를 사랑해서 터져버릴 것 같은 시간이
낫지 않느냐고 묻고 싶다.
불가능한 사랑이어서,
하면 안 되는 사랑일수록
그 사랑은 무서운 불꽃으로 연명하게 돼 있지 않은가.
누가 내 마음을 몰라주는 답답함 때문이 아니라
누가 내 마음을 알기 때문에
더 외롭고, 목이 마른 이유들을 아느냐고 묻고 싶다.
묻고 싶은 게 많아서 당신이겠다.
나를 지나간
내가 지나간 세상 모든 것들에게
'잘 지내냐'고 묻고 싶어서
당신을 만난 거겠다.
*
평범이란 말보다 큰 말이 세상에 또 있을까.
평범한 것처럼 남에게 폐가 되지 않고 들썩이지 않고 점잖으며 순하고 착한 무엇이 또 있을까.
*
나는 물들기 쉬운 사람.
많은 색깔에 물들었으며 많은 색깔을 버리기도 했다.
내 것인 듯하여 껴안았고 내 것이 아닌 것 같아 지워 없애거나, 곧 다른 색으로 이사 가기도 했다.
*
어떤 카페가 좋아 자주 드나들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카페 기둥에 흰색 페인트를, 화장실 문에 흰색 페인트를
칠해놓은 게 마음에 들었던 거다.
사실 그 색이 좋아 카페의 분위기가 좋고 심지어 커피맛도, 주인장의 얼굴까지도 좋다고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아주 사소한 부분들을 쌓아가는 것이다.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불행의 기준은 같지만 행복의 기준은 변질되어 있다.
그저그런 불행에 우린 죽지 않지만 그저그런 행복에 조차 도달하지 않으면 우리는 불행하다.
우리는 죽는다.
*
역사 창가에 앉아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흰색은 반성문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는 적을 것이 없으면서도 마음으로, 눈으로 빼곡하게 적어내려갈 수 있을 것 같은 한장의 거대한 백지.
사실 눈이 내려 쌓이는 세계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다음 생의 높이를 닮아 있기도 하다.
*
어쩌면 우리 인생의 내비게이션은 한 사람의 등짝인지도 모릅니다.
좋은 친구, 아름다운 사람, 닮고 싶은 어떤 사람.
그리고 사랑하는 누군가의
등.
그걸 바라보고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방향입니다.
*
자신이 채워진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려면 공항에 가보면 된다.
공항에 앉아 미소 지을 일들이 떠오르거나 괜히 힘이 차오르는 사람이 있고,
한없이 자신이 초라해 보이거나 마음이 어두워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공항에 가지 않는 나에게 세상은 아무것도 보여줄 게 없다.
세상의 경계에 서보지 않은 나에게, 세상은 아무것도 가져다줄 게 없다.
*
세상 끝 어딘가에 사랑이 있어 전속력으로 갔다가 사랑을 거두고 다시 세상의 끝으로 돌아오느라
더 이상 힘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 우리는 그것을 이별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하나에 모든 힘을
다 소진했을 때 그것을 또한 사랑이라 부른다.
*
사실 나이 든다는 게 괜찮을 때도 있더라구요.
묵직해져서 덜 흔들리고 덜 뒤돌아보고.
오래전에 읽었던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 여행산문집의 좋았던 글을 다시 정리하며 읽어보니 여전히 좋았습니다. 어느 글귀에는 한참 머물며 생각을 하게 하며 함께 했던 사진들을 다시 보고 싶어집니다. 갈수록 책과 멀어지고 있지만 이따금씩 생각나는 책을 다시 들여다 보는것도 좋은것 같습니다. 페이지가 잘 넘겨지던 여행산문집이였습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감성이 가득한 책 한권,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여행산문집 소개글은 여기까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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